군 의료 관계자들이 폐쇄된 환경에서 정신건강 악화를 경험하는 군 장병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원격의료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원격의료학회는 20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추계학술대회를 열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원격의료 현황을 공유했다. 특히 국립정신건강센터 오인목 중령(국군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군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비대면 진료 도입의 필요성 및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오 중령에 따르면 최근 5개년(2018~2022년) 군 내 정신과 진료건수는 연간 평균 4만6116건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약 126건에 달한다. 군 조직별로 보면 육군이 83%로 가장 많았고, 해군(8.1%)과 공군(7.3)이 뒤를 이었다. 병사 계급이 전체 진료의 80.4%를 차지했으며, 이들 중 44.7%가 일병으로 조사됐다.
오 중령은 “군 장병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데도 상담이나 치료를 받지 않은 장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문제를 호소한 장병의 18.6%는 거리, 교통, 부대사정 등으로 내원하지 못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병들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군 장병 마음건강 서비스’라는 어플을 도입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꾸준히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디지털 치료 솔루션이나 비대면 진료 프로그램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군 원격 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한 현황도 공유됐다. 최근까지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장을 맡은 김동훈 중앙대병원 교수는 “2024년 기준 89개소에서 군 원격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군 원격진료는 격오지에 파견된 병력이나 파견 임무를 수행하는 병력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국군 의료종합상황센터 산하 응급지원팀이 실시간으로 환자 상황을 접수받고 원격 협진을 거쳐 의무후송헬기를 파견해 환자를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하는 구조다.
김 교수는 “현재 센터가 보유한 후송헬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24시간 환자 이송이 가능한 항공 후송 시스템”이라며 “구급차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환자를 82분 내에 이송해 다리 절단을 막거나, 태국 현장에 파견된 장병을 23시간 만에 국군외상센터로 이송하는 등 응급치료체계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한종수 한국원격의료학회 총무이사는 “군대는 역사적으로 첨단 기술 발전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감당해왔다”며 “제한된 환경에서 균일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시범적용한 군의 사례를 통해, 원격의료를 실제로 구현한 레퍼런스 구축과 그 확장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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