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김주희 기자 = “감독님이 ‘야구 천재’라고 생각한다.”
결정적 홈런포로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가 팀을 이끈 이강철 KT 감독을 향해 엄지를 들었다.
로하스는 1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5위 결정전에서 선제포에 결승포까지 터뜨리며 승리 일등 공신이 됐다.
경기 후 만난 로하스는 “승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다. 홈런을 친 것도 기쁘지만, 팬들이 또 한 번의 포스트시즌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기쁘다”며 “팬들의 응원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여드릴 수 있어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KT에서 활약하던 로하스는 이후 일본 등 다른 리그로 떠났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KT로 돌아왔다. 복귀 첫 시즌 전경기(144)를 뛰며 타율 0.329, 32홈런 112타점을 터뜨리며 건재함을 자랑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을 보이며 마지막 10경기에서 타율 0.256(39타수 10안타)로 고전했다. 홈런은 하나도 치지 못했다.
‘패하면 탈락’인 이날 경기에선 달랐다. 반드시 이겨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갈 수 있는 타이브레이커에서 로하스는 1회 첫 타석부터 SSG 선바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상대로 좌중월 펜스를 넘기는 선제 솔로 아치를 그렸다.
KT는 로하스의 홈런포 이후 좀처럼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그 사이 SSG가 3회 정준재의 중전 적시타로 동점을 이루고 5회 최정의 우전 적시타로 역전했다. 최정은 8회 중월 1점 홈런까지 날렸다.
좀처럼 SSG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하던 KT는 1-3으로 지고 있던 8회말 선두타자 심우준의 우전 안타로 다시 포문을 열었다. 이어 바뀐 투수 김광현을 상대로 김민혁 대신 타석에 들어선 오재일이 우전 안타로 타선을 연결했다.
무사 1, 3루 찬스를 맞은 로하스가 김광현의 볼 2개를 골라낸 뒤 3구째 체인지업을 받아쳐 전세를 뒤집는 좌월 역전 3점포를 쏘아 올렸다.
로하스는 홈런 상황에 대해 “공을 때리고 더그아웃 쪽을 봤는데 동료들이 반신반의하고 있더라. ‘내가 로하스인데 내 힘을 못믿나’싶었다”고 웃으며 “타구는 이미 맞을 때 넘어갔다고 봤다. 실투였는데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다”고 말했다.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낸 로하스가 놀란 부분은 따로 있다. 자신의 앞에서 나온 대타 오재일 투입이다.
로하스는 “김민혁 타석에서 대타 오재일이 나와 놀랐다. 우리 팀에서 지금 김민혁의 타격감이 제일 좋다. 감독님의 선택이 모험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들어맞았다”고 이 감독의 승부수에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이 천재라고 생각하는 게 그 상황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를 바꾸는 선택을 두고 많은 생각을 하셨을텐데, 결정을 하고 대타를 내서 성공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광현을 상대한 것에 대해서는 “오늘 등판할 걸 알고 있었고, 불펜에서 몸을 푸는 것도 봤다. 어떻게 대처할 지 침착하게 생각했다. 타석에선 팬들의 함성도 들리지 않고 투수와 승부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KT는 올해 개막 전 우승 후보로 분류됐지만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 속에 어려움을 겪으며 최하위까지 밀려났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 앉지 않고 차근차근 도약하며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까지 이뤄냈다.
“우리가 마법사이기 때문에, 마법을 부려 여기까지 왔다”고 너스레를 떤 로하스는 “KT는 슬로우스타터로 알려졌다. (초반에 페이스가 떨어지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팀의 전통처럼 후반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게 저력으로 나타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시즌 중 더 좋은 결과를 내고 더 높은 순위로 끝났으면 더 좋았겠지만, 선수들간 믿음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어려울 때 버티고, 치고 나갈 때 치고 나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보탰다.
KT는 숨 돌릴 틈도 없이 가을야구에 돌입한다.
당장 2일 잠실에서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벌인다.
두산은 로하스에게 아픈 기억을 남긴 팀이다. 2020년 KT는 정규시즌 2위로 창단 첫 가을야구에 올랐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1승 3패로 밀려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내가 그 시리즈의 마지막 아웃이었다. 쓰라린 기억이다. 이번엔 돌려주고 싶다”고 4년 전 플레이오프 4차전을 또렷이 기억한 로하스는 “그해 우리팀은 첫 포스트시즌이라 경험이 많이 부족하고, 여러 상황에서 해야할 것을 못했다. 하지만 그해부터 계속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여러 경험을 쌓았다. 지금부터 우리가 가진 모든 실력을 보여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KT는 로하스가 떠나있던 2021년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일궜다. 로하스는 국내로 돌아올 때부터 KT의 ‘우승 멤버’가 되길 꿈꿨다.
로하스는 “목표는 시즌 초반부터 이야기한 것처럼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5위가 한국시리즈에 우승한 전례가 없어 힘들겠지만, 오늘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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