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은 의료과실로 인한 치료비용을 해당 의료기관에 청구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의료중과실은 물론 일반적인 의료과실에서도 구상권을 행사하는 빈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의사들이 환자진료를 하다 보면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의료과실로 인한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의료과실로 인한 의료사고로 인하여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도 해당 환자는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본인 진료비부담액이 연간 본인부담 상한액을 초과하면 초과한 진료비용도 국민건강보험으로부터 환급받을 수 있다. 참고로 2025년기준 본인부담 상한액은 소득수준에 따라 89만원에서 826만원까지이다. 그렇다면 국민건강보험은 의료과실로 인한 의료사고로 인하여 초과 지불한 건강보험급여액은 물론 본인부담상환액 환급금도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사나 의료기관에 청구할 수 있을까? 최근 이에 대한 판결이 나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의원 A에 근무하는 의사는 마늘주사 수액제제를 만드는 것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간호조무사에게 미리 준비하도록 지시하였고, 간호조무사는 지시에 따라 전날 수액제제를 미리 만들어 둔 뒤 실온상태로 보관했다가 B, C에게 투여하였다. B는 투약 후 약 30분이 지나 구토와 설사, 어지럼증을 호소했지만 의사는 투약을 중단한 것 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점차적으로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 D 응급실로 이송되었지만 결국 7일 후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함께 수액을 맞았던 C는 패혈성 쇼크로 진단받고 17일간 치료가 필요하였다. 재판결과 미리 준비하여 실온상태에서 보관한 수액주사가 오염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건강보험공단은 B, C가 패혈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받은 요양급여액은 물론 B, C가 부담했던 진료비 중에서 연간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비용을 사후환급금으로 지급했다. 그리고 건강보험공단은 의료과실로 인한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원 A를 상대로 병원에게 지급했던 진료비는 물론 공단이 B, C에게 지급한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환급금에 대한 구상금을 청구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제1항에 따르면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위 규정을 언급하면서 의사 및 간호조무사는 공동으로 국민건강보험에게 요양급여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의 경우 유족들과 합의하여 유족들의 손해배상채권은 소멸했고, 공단은 유족에게 지급한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은 채권소멸 이후이기 때문에 공단은 구상권을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심도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은 누적금액으로, 이 의료사건과 관련이 없는 부분까지 모두 합산하였기 대문에 의료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파면서 항소를 기각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법원은 국민건강보험이 가입자에게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을 지급한 것은 요양급여비용의 사후정산으로 볼 수 있고,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겨 국민건강보험이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을 지급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면 국민건강보험은 그 초과금액 한도 내에서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의료사고에 따른 본인부담금상한액 초과금액도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 2025.4.3. 선고 2024다262197 판결)

2000년 대 초반까지는 국민건강보험은 의료과실로 인한 보험급여비용지출에 대하여 의료기관에 구상권을 거의 행사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의료중과실은 물론 일반적인 의료과실에서도 구상권을 행사하는 빈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건강보험이 구상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함에 따라 의사나 의료기관은 의료과실로 인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환자측에 대한 손해배상금 이외에도 추가적인 비용부담의 위험이 증가하게 되었다.

여기서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현재 법에서는 이와 같은 국민건강보험의 구상권행사에 의료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이 없다. 사례와 같이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더라도 결과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의료중과실로 인한 의료사고에 국민건강보험이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적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료과실로 인한 의료사고에도 국민건강보험이 구상권을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논란이 있다. 의사들의 의료행위가 환자의 질병예방이나 치료라는 선의의 목적으로 시행되고 필연적으로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고난이도 치료, 응급환자나 중환자의 경우 이러한 위험이 더욱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중과실은 물론 일반적인 의료과실로 인한 의료사고에도 구상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다면 의사들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고난이도 치료를 피하고, 응급환자나 중환자 등 고위험환자 진료를 회피하는 등 소극적인 방어진료를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하여 신속하거나 고난이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고려한다면 국민건강보험이 의료기관에 행사할 수 있는 구상권 행사범위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의료사고로 제한하거나 최소한 필수의료, 응급의료, 고위험진료, 중환자진료를 하면서 일반적인 의료과실로 인한 의료사고의 경우 구상권 청구를 제한하는 등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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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s://kormedi.com/2717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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