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서 현장의 분위기를 살피고,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건 매우 즐거운 일이다. 지난달 24일 다이소에서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응을 살피러 매장을 찾은 날도 그랬다. 3000원, 5000원짜리 건기식 40여종이 진열대를 채우고 있었고, 소비자들은 제품을 하나둘씩 장바구니에 담아갔다. 그런 분위기에 휩쓸린 걸까. 어느새 건기식 4개를 계산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총 1만8000원. 나름 취재도 하고, 합리적인 소비도 했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이소를 나왔다. 다음에 방문하면 어떤 건기식을 살까 생각하면서.
그런데 며칠 만에 상황이 돌변했다. 대한약사회가 다이소를 통해 건기식 판매에 나선 제약회사에 불편함을 표시했고, 철저히 감시하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약국에 공급하는 건기식 가격이 개선되는지 지켜보겠다는 엄포까지 놓으며, 사실상 제약사를 압박했다. 아울러 당시 권영희 약사회장 당선자는 제약사들과 직접 면담을 했고, 약사들 커뮤니티에서는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하는 제약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결국 다이소를 통해 건기식을 판매하는 3개사 가운데 일양약품이 먼저 손을 들고 다이소에서 건기식을 철수했다. 상품이 처음 진열된 지 닷새 만이었다. 건기식 유통망을 늘리려다 약사단체에 밉보여 본업인 의약품 판매가 타격을 입을까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건기식 시장을 들여다보면 약국의 영향력은 크다고 할 수 없다. 건강기능식품협회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건기식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유통 채널은 인터넷몰(69.8%)이다. 이어 대형 할인점(5.5%), 다단계(5.2%) 순이다. 약국은 4.2%에 그친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대다수가 인터넷쇼핑, 홈쇼핑을 통해 건기식을 구매한다. 젊은층에선 올리브영을 선호하는 추세도 느껴진다. 이렇게 다양한 유통 채널이 이미 존재하는데, 유독 다이소 건기식이 문제가 되는 건 무엇 때문일까? 답은 간단하다. 다이소의 건기식 판매가격은 3000원과 5000원 두가지 뿐이다. 다른 유통 채널보다 훨씬 낮게 책정됐다. 물론 약국에서 파는 건기식과 용량, 성분, 패키지 등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5000원짜리 지폐 한장으로 1개월치 영양제를 살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였을까. 대한약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약국에서 판매되는 건강기능식품은 약사의 전문적인 상담과 소비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판매된다”고 했다. 약국의 상담서비스가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므로 단순히 가격과 용량만으로 건기식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왜 다이소를 통한 건기식 판매를 강하게 반대하는 걸까. 만약 약국에서 제공하는 상담(복약 지도)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한다면, 약국은 자연스럽게 선택받을 터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반발은 복약 상담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 내리는 건 아닐까. 특히, 제약사에 대한 압박이 먹혀 다이소에서 건기식 판매가 중단된다면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소비자들이 약국과 다이소간 가격 비교를 통해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봉쇄하는 꼴이다. 이는 약사 집단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될 뿐이다.
시장의 흐름은 변화무쌍하다. 2019년 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건기식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유통 채널로 대형 할인점(29.6%)에 이어 약국(18.1%)을 꼽았다. 하지만 6년 만에 약국의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모양새다. 건기식 유통 시장에서 사실상 약국의 경쟁력이 추락한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약사들이 진정으로 건기식 점유율을 높이고자 한다면 제약사를 압박할 게 아니라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번 ‘다이소 건기식 판매’에서 보여준 ‘갑질’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소비자 외면을 초래할 뿐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약사회의 갑질을 조사하고 있다지만, 조사 결과를 떠나 약사회는 소비자 사랑을 얻기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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