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화 동래봉생병원 설립자(의료원장)에게 ‘미래관’은 새 건물을 지었다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내 마지막 작품”이라고도 했다. 동래봉생병원을 다음 세대에 넘기기 전, 자신이 믿어온 병원의 모습을 한 번 더 세워놓고 싶다는 뜻이다.
그래서 6월 2일 미래관 개관과 개원 36주년 행사는 단순한 기념식이 아니다. “동래봉생병원이 지역 종합병원으로 다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선언에 가깝다.
동래봉생병원은 신경외과에서 출발해 뇌혈관·척추질환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미래관은 여기에 첨단 수술실, 영상장비, 스마트병동과 업그레이드된 입원 인프라를 더했다.
“돈 버는 병원 만들려고 의사 된 게 아니다”
36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미국에서 선진 신경외과 수술 분야를 더 배우고 돌아온 뒤, 그가 처음 부딪힌 것은 ‘병원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 봉생병원 네트워크의 본원, 봉생기념병원(동구 좌천동)의 낡은 병원 공간을 바꾸려 하자 주변에서는 “돈이나 벌면 되지 왜 병원을 자꾸 고치려 하느냐”며 많이 말렸다.
하지만 “돈 버는 병원 만들려고 미국 가서 공부한 것이 아니다”고 자신을 다잡았다. 돈이 목적이 되는 순간 병원은 병원다움을 잃는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
“병원을 운영하고 또 발전시키기 위해 수익은 필요하지요. 하지만 수익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나요? 필요조건일 뿐입니다. 진료와 환자를 진심으로 대할 때, 수익은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그렇게 생긴 수익은 사회와 직원, 병원의 미래로 다시 흘러가야 하는 거죠.”
젊은 시절부터 그것이 원칙이 됐다. “의사는 돈을 많이 벌어야 성공하는 직업이 아니다. 환자들에, 시민들에 존경을 받을 때 비로소 설 수 있는 직업”이라는 얘기도 자주 했다.
의사가 장사꾼처럼 보이고, 병원이 광고판 경쟁에 매달리는 순간 국민의 신뢰는 무너진다. 그는 그 점을 아파했다.
왜 신경외과 ‘전문병원’에 머물지 않았나?
봉생은 신경외과로 이름을 얻었다. 그도 이는 부정하지 않는다. “돈만 벌려고 했다면, 신경외과 전문병원으로 가는 길이 오히려 쉬웠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신경외과만으로는 환자를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고 봤다. 뇌종양 환자를 수술해도 내과의 도움이 필요하다. 소아 환자는 소아과 판단이 필요하고, 임신부가 머리를 다쳐 오면 산부인과 협진이 필요하다. 마취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도 빠질 수 없다.
그래서 신경외과를 중심으로 하되, 기본적인 여러 진료과가 함께 긴밀히 움직이는 병원. 그것이 그가 생각한 봉생의 길이었다.
36년 전, 그는 도심에서 사람이 빠져나가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보며 인구가 이동하는 동부산 쪽에도 새로운 병원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에서 제2병원 개념의 형제병원 설립을 추진한 초기 사례이기도 하다.
세월이 흘러 이번 미래관 개관의 의미와도 이어진다. 신경계 질환은 빠른 판단이 중요하다. 뇌혈관병은 영상검사가 늦어지면 치료 기회를 놓친다. 척추질환도 단순 통증인지, 신경 압박인지, 수술 판단이 필요한지를 가려야 한다.
미래관은 이런 진단과 치료, 입원 관찰 흐름을 더 촘촘하게 만들기 위한 기반이다. 소규모 동네 병원, 의원들은 하기 힘든 일이다.
미래관은 ‘요양병원’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
정 설립자는 동래봉생병원을 오래 걱정해왔다. 5선 국회의원(15~19대)으로, 또 제19대(하반기) 국회의장으로 나랏일에 매진하느라 병원 경영에서 멀어졌던 시간도 있었다. 병원 개원 초기엔 노사 갈등과 경영난도 겪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선 기존 건물의 안전 문제와 공간 한계도 마음에 걸렸다.
그는 동래봉생을 그대로 두면 종합병원으로서의 힘을 잃고, 결국 요양병원 수준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미래관 건립을 결심했다. 본관과 연결하면 연면적 7천평에 이르는 대형 진료시설로 업그레이드된다. 재정 부담은 컸지만, 다음 세대가 병원답게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은 만들어 놓아야 한다 생각했다.

봉생 네트워크에 최근 수년 사이에 벌어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재활 전문 봉생힐링병원(남구 감만동) 개원, 본원 봉생기념병원(동구 좌천동) 제3관 개관, 그리고 이번 동래봉생병원(동래구 안락동) 미래관 개관까지 …. “이번이 내 마지막 작품”이라는 그의 표현은 그래서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선진의료의 답은 지역의 허리 역할 ‘종합병원’에 있다
정 설립자는 지역의료 회복 문제도 강하게 말했다. 그가 오랫동안 되풀이 강조해왔던 대목. “우리가 선진 의료로 발전하려면 지역 종합병원 중심의 의료가 돼야 한다. 동네 병의원과 연구중심 대학병원 사이에서 지역 종합병원이 허리 역할을 하면서 웬만한 수술과 치료 문제는 거의 다 해결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것.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전국 47곳) 구조전환, 지역 포괄2차종합병원(전국 175곳) 지정, 지역 통합돌봄 시스템과 동네 병의원 연계 등 의료전달체계를 다시 복원하는 길과도 연결된다. 그동안 지역의료, 응급의료, 필수의료를 망가뜨렸던 상급종합병원 쏠림, 응급실 과부하, 필수의료 약화 등 여러 고질적 문제들도 이 구조 안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역 종합병원들이 중등도(中等度) 환자와 응급환자를 지역에서 다 받아내고, 필요하면 상급종합병원과 동네 병의원들까지 긴밀하게 연계하는 것.
3개 병원으로 구성된 ‘봉생 네트워크’에서 본원 봉생기념병원이 지난해 7월 ‘포괄2차’로 지정된 것도, 봉생힐링병원이 최근 보건복지부 ‘재활의료기관’으로 공식 지정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준비해온 것들. 여기에 동래봉생병원 역시 이번 미래관 개관을 계기로 ‘포괄2차’로 가기 위한 시스템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급성기 질환자가 다시 걷고, 말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더 정치(精緻)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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