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투병 중인 딸의 치료비 46억원을 모금하기 위해 24일 동안 총 880km를 걸은 아빠의 사연이 주목받고 있다. 아빠 전요셉(33) 목사는 29일 최종 목적지인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착, 마중 나온 딸 사랑이를 꼭 껴안았다. 그는 지난 5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을 출발해 걷고 또 걸었다. 주일인 일요일을 제외하고 22일 동안 하루 평균 40km 정도 걸었다. 부산, 양산, 울산, 대구, 김천, 영동, 대전, 천안, 오산, 성남을 거치는 대장정이었다.
딸 사랑(3) 양은 근육 이상이 생기는 희귀병 ‘듀센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다. 근육 저하와 근 위축으로 걷기조차 힘들어지고 척추와 가슴 부위의 변화로 호흡 곤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랑 양도 다리 근육이 약해 친구들이 뛸 때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밤에 자다가 근육 경련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도 잦았다. 결국 지난 5월 ‘듀센 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이 희귀병에 직접 효과를 내는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치료제 ‘엘레비디스’가 유일한 희망이지만 약값이 46억원이나 된다. 이 약은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 등 일부 치료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고 있으나 사랑 양의 치료제로는 적당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빠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밤잠을 못 이루는 날도 많았다. 그러나 우연히 외국 사례를 접하면서 용기를 얻었다. 칠레에서 사랑 양과 같은 회귀병을 앓던 아이의 어머니가 칠레 전역을 걷는 모금 활동을 통해 53억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사랑이를 위해 이 방법밖에 없다” 아빠는 국토대장정을 생각했다. 주위에서 교통사고로 무릎 수술을 4번이나 받은 것을 걱정했지만, 아빠에겐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마침내 880km를 걷는 대장정이 시작됐다. 외국의 사례대로 모금 활동도 병행했다. 한 사람이 1만원 후원하는 ‘만원의 기적’ 챌린지가 이어졌다. 주위의 호응은 뜨거웠다. 사람들이 이 소식을 소셜미디어에 앞다투어 올리면서 예상 밖의 관심을 받았다. 24일 동안 46만여 명이 동참하면서 13억 7천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마지막날 광화문광장에 도착한 아빠는 “첫걸음을 내디딜 때만 해도 달걀로 바위 치기나 다름 없었다. 힘들게 걸어도 내일이 어두워 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분 한분이 작은 빛들을 모아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진행성 근육병을 가진 우리 아이들은 오늘의 근력이 가장 강하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되어 건강보험이 적용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아빠는 지금까지 모인 후원금 관련 자료 일체를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맡기기로 했다. 후원금은 사랑의열매를 통해 사랑 양의 치료비로 지정되어 사용된다. 이와 별도로 사랑의열매는 치료제 비용 46억원 달성을 위해 추가로 사랑 양을 위한 특별 후원 모금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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