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척수를 감싸는 얇은 막(연수막)까지 암이 번지는 ‘뇌연수막 전이’가 동반된 비소세포폐암은 치료 선택지가 거의 없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생존 중앙값이 4~6주, 항암제를 막 안으로 주입해도 2~3개월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각지대 환자에서 국산 표적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항암화학요법제 ‘페메트렉시드(오리지널 제품 알림타)’ 병용이 의미 있는 생존 개선 신호를 보였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
김범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등 국내 6개 병원 공동연구진은 EGFR(상피성장인자수용체)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이 뇌 연수막까지 전이된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한 2상 임상(‘LAZARUS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폐암(Lung Cancer)≫에 보고했다. 환자들은 렉라자 240mg(1일 1회)과 페메트렉시드 500mg/㎡(3주 간격) 병용요법으로 치료 받았다.
통상 뇌연수막 전이는 뇌척수액을 따라 암이 퍼져 두통·구토·보행장애 등 심각한 신경 증상을 유발한다. 짧은 기대여명 탓에 임상시험에서도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근거 기반 치료법이 부족했다. 이번 연구는 렉라자·페메트렉시드 병용 전략으로 약 10개월에 가까운 생존 개선 혜택을 보여, 의료진과 환자에게 현실적인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에 따르면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9.3개월,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9.9개월로 확인됐다. 전체반응률(ORR, 종양이 사라지거나 30% 이상 줄어든 환자 비율)은 24.1%였고, 질병통제율(DCR, 종양이 줄거나 성장이 멈춘 환자 비율)은 96.6%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두개강 내 활동성과 삶의 질, 신경 증상의 개선 효과를 관찰했다고 밝혔다.
또한 약물 이상반응은 66.7%에서 발생했으며 말초신경병증과 피부반응이 각각 33.3%로 흔했다. 전반적 안전성은 임상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렉라자는 EGFR 신호를 차단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치료제다. 페메트렉시드는 핵산 합성 경로를 차단하는 항대사제다. 두 약제의 병용은 기존 치료 내성으로 선택지가 드물던 뇌연수막 전이 동반 EGFR 변이 폐암에서 약 10개월에 가까운 생존 지표(PFS·OS)를 보이며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기존 치료에 내성이 생겨 선택지가 거의 없는 중증 환자군에서 두개강 내 활동성(뇌 안에서의 항암 효과)을 확인했고, 삶의 질과 신경학적 증상도 유의하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치료 이력이 있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뇌연수막 전이 환자에서 렉라자·페메트렉시드 병용은 중요한 옵션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렉라자는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은 국산 31호 신약이다.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지난해 8월 미국, 같은 해 12월 유럽에서 승인을 받았다. 올해는 영국, 일본, 캐나다, 중국 등에서 차례대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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