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온라인 예·적금 중개 상품 서비스’가 1년이 지나도록 구색도 맞추지 못하고 있다. 25개 사업자 중 단 2곳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마저도 입점한 제휴사가 부족해 금융 소비자들의 이용 유인이 떨어진다.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타 플랫폼 입점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탓에 금융 소비자 편익 증진이라는 혁신금융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혁신금융 서비스의 일환인 온라인 예·적금 중개 서비스의 사업자로 지정된 25개 업체 중 신한은행, 네이버파이낸셜 2곳만 관련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21일 중개 서비스 포문을 열었고, 핀테크 업계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달 말 서비스를 개시했다.
온라인 예·적금 중개 플랫폼은 온라인에서 금융사의 예·적금 상품의 금리와 특징을 비교하는 것에 더해 개인별 맞춤 상품을 추천받고 바로 가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서비스다. 앞서 금융위는 은행권 경쟁을 촉진시키고 금융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키자는 취지로 이를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했다.
지난해 11월 뱅크샐러드·NHN페이코·줌인터넷·깃플·핀크·비바리퍼블리카(토스)·네이버파이낸셜·씨비파이낸셜 등 8개 핀테크 기업과 신한은행이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됐다. 지난 6월엔 삼성·신한·KB국민·비씨·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와 카카오페이·핀다·베스트핀·쿠콘·패스트포워드·팀윙크·뱅크몰·부엔까미노 등 16개 사업자가 추가됐다.
1차 지정 당시 대부분의 핀테크 업체는 올해 3분기까지 해당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연내 출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휴사 부족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금융사 제휴가 없으면 서비스는 기존처럼 간단한 금리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의 경우 마이데이터를 통한 비교 추천 서비스를 받아 예·적금 상품이 가입 가능한 제휴사는 계열사인 신한저축은행을 비롯해 웰컴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 3곳뿐이다. 네이버는 현재 전북은행, 경남은행, 부산은행, 웰컴저축은행 4곳의 금융사가 입점했지만 서비스 수요를 끌어들이기엔 충분치 않은 수준이다.
일부 대형 금융지주 계열 은행들이 타 플랫폼 업체 서비스 입점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면서 출시가 난항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교·추천 서비스 수요 확대를 위해선 제1 금융권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서비스를 출시한 두 사업자의 제휴사를 통틀어 시중은행은 사업자로 지정된 신한은행뿐이다.
리딩뱅크 경쟁을 펼치는 일부 시중은행은 제휴 협상 테이블에도 좀처럼 앉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 입장에서 경쟁사에 고객을 빼앗길 수 있는 통로를 굳이 열어줄 필요가 없는 데다 현재로선 고객 모집에 대한 위기감도 크지 않은 탓이다. 반면 점유율 확보가 시급한 타 시중은행들은 비교적 적극적으로 제휴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소비자의 편익 증진이라는 목적으로 시행된 혁신금융 서비스가 금융사 이기주의 속에 공회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예·적금 중개 시장 규모가 연간 50조~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면서 서비스 출시로 고금리 상품으로 자금이 쏠려 금융시장 불안이 초래될 것을 우려했다. 이에 당국은 한 플랫폼에서 금융사 상품 판매 비율을 제한하는 등 규제도 마련했다. 그러나 금융사의 소극적인 태도가 이처럼 지속되면 경쟁은커녕 시장의 냉담한 반응 속에 서비스가 잊혀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금융 서비스가 시행되자마자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고꾸라지는 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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