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전문의 없는 수술은 의료 과실인가?…판례를 통해 본 사실과 오해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한 고등학생이 4층에서 떨어지면서 머리에 손상을 입어 경련을 했다. 출동한 119 구급차는 해당 상황을 모르고 단순히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고 판단해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 응급진료를 요청했다. 병원에선 소아신경과 세부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수용 요청을 거절하였고 결국 응급차에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은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고 수용 요청을 거절한 병원 응급실 의사들을 비난하였다. 하지만 의사들은 자신의 세부 전문 분야가 아닌 환자를 보다가 문제가 생기면 감당할 수 없는 사법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와 같은 현실을 만든 것은 법원의 판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이에 대한 판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2017년 3월, 생후 5일된 신생아 A는 녹색 구토 증상으로 B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외래를 찾았고, 담당 의사는 중장 이상회전과 꼬임 진단을 내리고 즉시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해당 병원에는 소아외과 세부 전문의가 없었다. 다른 병원으로 옮기느라 시간이 걸리면 환자의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해 소아외과 세부 전문이 아닌 유방갑상선 외과 교수 C가 응급 수술을 진행하였다.

수술 과정에서 C는 A의 장의 염증을 세척하고 꼬인 소장을 풀어 재배치하고, 맹장을 제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으나 유착 부위를 찾지는 못했다. 중장 이상회전과 꼬임의 경우 꼬인 소장부위를 절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C는 장을 절제하지 않았다. A의 경우 괴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지만 회복할 수 있는 상태여서 불필요하게 장을 잘라내지 않는 것이 환자가 나아지는 데 더 좋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수술 이틀 후 A는 복원한 장이 다시 꼬여 재수술을 받아야 했고, 이 과정에서 소장 대부분을 절제해야 했다. 이후 A는 소장이 짧아져 발생한 단장증후군으로 인하여 발달 지연, 사지마비, 인지 저하 등의 후유증을 겪게 되었다.

A의 어머니는 B 대학병원과 외과 교수 C를 상대로 소아외과 세부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수술을 집도해 1차 수술을 잘못했고, 수술 후 관찰이 소홀해 2차 수술이 지연되었으며, 1년 후 입원 치료 중 의료진의 과실로 영구적 장애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1) A를 치료할 수 있는 소아외과 세부전문의가 아닌 유방내분비 세부전문의가 수술을 한 것이 문제가 있는지, 2) 의사의 판단에 따라 중장 이상회전과 꼬임치료에 표준적인 수술을 하지 않은 것이 의료과실인지 여부이다.

1심 재판부는 비록 소아외과 세부전문의는 아니지만 외과 전문의로서 수술 자격에는 문제가 없으며,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다면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졌을 것이라고 하면서 A 측에게 미납 진료비 전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달랐다. 법원은 특정 질환에 대한 정해진 수술법이 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아 재발과 광범위한 장절제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장이 짧아지면서 영양 결핍, 면역 저하, 감염 등 후유증으로 뇌병변 장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수술 과실을 일부 인정하였다.

다만 A는 즉각적인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당시 B 병원에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어 유방외과 전문의 C가 1차 수술을 하게 되었고, 1차 수술에 있어 정해진 수술법을 따르지 않은 것 외에는 다른 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하였다. 병원 B는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기각하였다. (대법원 2025. 1. 9. 선고 2023다299925 판결)

이 판례의 쟁점을 다시 살펴보면, 쟁점 1)인 A를 치료할 수 있는 소아외과 세부전문의가 아닌 유방내분비 세부전문의가 수술을 한 것이 문제가 있는지에 대하여 법원은 해당 상황을 이해하고 수술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줄여주었다는 점을 보면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세부전문의가 하지 않았음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쟁점 2)에 대하여 법원은 정해진 수술법을 따르지 않아 중장 이상회전과 꼬임이 재발한 것으로 이와 같은 의사의 치료방법 결정에 의료과실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를 통해 보면 법원이 응급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나왔을 때 세부전문의가 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 과실로 판단한다는 것은 오해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의사의 치료 방법을 놓고 법원이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개개인의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가장 적절한지는 해당 의사가 가장 잘 안다. 치료 방법 결정에 문제가 있는지 현미경을 대고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순간 의사들은 더 이상 환자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고 표준적인 치료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치료 방법 결정에 명백한 고의가 중과실이 없다면 의료 과실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의사 C의 치료방법 결정에 대한 의료과실 판단 기준은 소아외과 수술 경험이 많지 않지만 응급환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수술을 시행한 평균적인 일반외과 전문의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당 수술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평균적인 소아외과 세부전문의를 기준으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

다만 해당의사 C가 1차 수술 후에 환자 보호자에게 환자를 위하여 표준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중장 이상회전과 꼬임이 재발하여 재수술을 할 수 있다는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를 의무 기록으로 남겼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리하면 응급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나왔을 때 단지 세부전문의가 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원과 해당 전문의의 의료 과실로 판단한다는 것은 오해에 가깝다. 하지만 법원이 의사의 치료 방법을 과실 여부 판단 대상으로 삼은 것과 평균적인 세부전문의를 기준으로 요구하는 것은 병원들이 해당 질환에 경험이 풍부한 세부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응급환자 수술이나 치료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이와 관련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에 대하여 앞으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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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s://kormedi.com/2769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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