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이 길어지고, 취업률까지 낮아지면서 우리 청년들 정신건강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주도적으로 꾸려갈 엄두가 나지 않아 불안 상태가 지속하기 때문. 학업, 취업, 연애 등 개인적 불안도 크지만, 우리 사회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구조적 불안 상태도 이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보건복지부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중 32.1%가 우울 위험군(群)에 속한다. 10명 중 3명이 우울증에 걸릴 위험 상태에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이전(2019년 22.9%)보다도 그런 이들이 훨씬 많아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서도 전체 우울증 환자 중 20,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26%에서 2022년 36%로 커졌다. 그중에서도 20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특히 여성(12만 3,592명)이 남성(4만 172명)보다 3배나 많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그런 상황을 개선하려거나 고치기보단 내버려 두고 있다는 것. 부산 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이수진 과장(정신건강의학과)은 21일 “우리나라 청소년 5명 중 1명은 한 번 이상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장애를 겪어본 것으로 나타났지만 치료·상담 등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해 본 청소년 비율은 5.6%뿐”이라 했다.
오히려 외부와 단절한 채 은둔형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공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고립·은둔 청년이 34만여 명이나 된다. 그중 14만여 명은 은둔 상태가 장기화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년부터 20∼34세 청년들은 일반건강검진을 받을 때 2년 주기로 ‘정신건강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은 이런 이유도 한몫한다. 지금은 10년 주기로 우울증 검사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2년 주기로 바꾼 것.
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김상엽 소장은 “중증 정신질환이 처음 발병하는 청년기에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만성화를 예방하겠다는 것”으로 설명했다. 우울 장애, 조현병 스펙트럼, 양극성 장애 등 주요 정신질환이 처음 생기는 중위연령이 20, 30대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럴 땐 스트레스 관리와 규칙적인 생활 습관으로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게 정신질환 만성화를 막을 수 있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휴식은 물론 운동, 명상, 취미활동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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