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징계대상 근로자의 요구…어디까지 들어줘야 하나요?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중견기업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징계위원회가 열리게 됐는데요, 징계 대상 근로자가 징계위원회에서의 법률대리인 동석이나 징계위원 명단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징계 절차에서 근로자의 요구를 어디까지 들어줘야 하나요?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와 함께 자세한 내용 짚어 봤습니다.

Q. 징계 대상 근로자가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징계위원회 일정 연기를 요청하면 이를 받아줘야 하나요?

A. 판례는 징계 대상자의 징계위원회 출석 및 진술 기회 부여 등에 관한 절차가 규정돼 있다면 그 규정의 취지는 ‘징계 대상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소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데 있지, 소명 자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3.5. 25.선고 92누8699 판결, 1993.9.28. 선고 91다30620 판결 등)

회사에서 징계 대상 근로자에게 소명 기회를 줬기 때문에, 근로자가 징계위원회 연기를 요청해도 이를 반드시 수용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근로자의 참석과 의견 개진 없이도 징계위원회를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Q. 징계위원회에 변호사 동석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헌법상 변호인으로부터 조력 받을 권리는 ‘형사사건에 있어 체포‧구속되는 경우 보장되는 권리’입니다. 취업 규칙이나 징계 규정 등에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면, 이는 사기업의 징계 의결 절차에서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 권리로 볼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두44045 판결 참조)

따라서 징계 대상 근로자가 변호사를 대동해 징계 절차에 출석할 권리를 보장하는 규정이 없다면, 반드시 변호사의 참여를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Q. 징계위원회 개최를 위한 출석통보서에는 징계 사유를 어느 범위까지 기재해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 징계위원회 출석통보서나 징계의결서 등의 서류에는 징계 대상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각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돼야 합니다.

다만 성 비위와 같이 피해자나 제보자를 특정하면 2차 피해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각 징계 혐의 사실이 서로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돼 있고 징계 대상자가 징계 사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자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정도로만 기재해도 징계대상자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 판단입니다.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두33323 판결)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 관련 비위와 같이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사안이라면, 사전 조사를 통해 징계 대상자가 징계 혐의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경우 피해자나 참고인 실명 등을 생략해도 무방합니다. 다만 징계 혐의 사실의 일시, 장소, 행위 유형, 구체적 상황은 기재해야 합니다.

Q. 근로자가 요구하면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해야 하나요?

A. 취업 규칙이나 징계위원회 운영 또는 징계 절차와 관련한 규정에는 징계 사실과 이해관계에 있는 징계위원에 대한 제척‧기피‧회피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징계 절차의 하자를 이유로 징계가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법원 1994. 8. 23 선고 94다7553 판결 참조)

이러한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징계 대상자가 요구하는 경우 징계위원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좋습니다.

Q. 회사에서는 외부 법무법인에 의뢰해 작성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보고서’를 기초로 징계하려고 합니다. 근로자가 조사보고서 열람을 요구하는 경우 이를 공개해야 하나요?

A.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징계 대상자에게 조사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공개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조사보고서에는 징계 대상자의 행위뿐만 아니라 피해자, 제보자, 참고인의 진술 내용과 증빙자료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를 공개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징계 대상자에게는 조사 결과만 공개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만약 공개하더라도 피해자 등의 인적사항이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은 삭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

최형근 변호사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전문 석사학위를 취득(수석 졸업), 제5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법무법인 오라클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공인노무사 자격과 업무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인사노무 분야의 소송 및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출처 : https://www.etoday.co.kr/news/view/2402297

함께 보면 좋은 콘텐츠

    댓글 남기기

    아실리온의 핫이슈 리포트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