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7일로 가자전쟁이 20개월을 맞았다. 서안지구와 함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구성하는 두 곳 가운데 하나인 가자지구는 지리적 특성상 구호물자 운반차량 출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외부와 단절돼 있다. 이런 상태에서 끊임없이 분쟁을 겪어온 가지지구의 보건 상황은 어떨까.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200만 명의 가자지구에서 현재 부분적이라도 가동하고 있는 병원은 네 곳에 지나지 않는다. 인구 50만 명에 하나꼴이다.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과 민간인 살해·납치로 전쟁이 터지기 전엔 이 지역에 21곳의 병원이 가동 중이었다. 인구 10만 명에 하나 정도의 병원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병원 설립·운영에는 전 세계 무슬림(이슬람신자) 국가와 인도주의 기관의 지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나세르(전 이집트 대통령) 의료단지, 요르단 야전병원, 튀르키예-팔레스타인 우정병원, 인도네시아 병원, 유럽 병원, 성요한 예루살렘 안과병원, 알아흘리아랍(아랍 침례교) 병원 등의 이름이 보인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그나마 가동 중인 병원도 시설·인력·장비·물자가 부족해 몰려드는 환자를 돌보기에 벅찬 수준이다. 가자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의료단지와 알아말 병원은 남부지역에서 가동되는 단 두 개의 병원이다. 하지만 물자와 인력 제한과 이스라엘의 퇴거 압박으로 정상 운영과는 거리가 멀다.
나세르 의료단지는 이집트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던 1949~1967년 이집트 당국이 설립했다. 당시 이집트 대통령이던 가말 압델 나세르의 이름을 땄다. 나세르는 1952년 군주제를 무너뜨린 군사쿠데타의 주역으로 대통령과 총리를 지냈으며, 수에즈운하 국유화와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밀어붙여 범아랍민족주의자로 불린다. 하지만 1967년 6일전쟁 패배로 가자지구와 시나이 반도를 빼앗겼다.
가자 북부에서 제한적이나마 사실상 마지막으로 가동되고 있는 의료시설인 알아우다 병원은 하마스 활동과 관련해 이스라엘의 감시를 받아 환자들의 접근과 의료물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병원은 WHO와 국제인도주의 비정부기구인 릴리프 인터내셔널, 그리고 국경없는의사회(MSF) 등의 인력·장비·물자 지원을 받아왔지만 지금은 거의 끊긴 상태다. 이 곳에서 진료하던 MSF 스태프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가자지구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암치료가 가능한 남부 칸유니스의 유럽병원은 지난 5월 공격을 받아 시설이 손상되면서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게다가 이 병원 지하터널을 통해 하마스가 무장활동을 펼친다며 이스라엘군이 병력을 보내 응급실 입구 등을 봉쇄해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병원은 유럽연합(EU) 지원으로 설립돼 유럽병원으로 불린다.
가자지구에서 유일하게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알아흘리아랍 병원은 물자와 인력 부족으로 사실상 폐원 상태로, 내원 환자를 돌려보내거나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 이 병원은 예루살렘 성공회가 19세기에 개원해 현재도 운영하고 있지만, 한때 침례교 재단이 맡은 적이 있어 침례교병원(Baptist hospital)으로 불린다. 이 병원은 암치료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아예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가자지구는 최근 식량난 등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부상자도, 소아환자도, 모성보호 대상자도, 만성 질환자도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보건의료 상황은 여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개전 이래 20개월간 가자지구의 사망자는 6만명을 넘어 7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The post 전쟁 20개월 가자지구, 의료 지옥 됐다 appeared first on 코메디닷컴.
– 출처 : https://kormedi.com/2725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