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학생들에 대한 대규모 집단 유급이 확정되면서 내년 24·25·26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트리플링’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의대 교육 현장에서는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11일 의학교육계에 따르면 의대생 집단 유급으로 인해 내년도 신입생과 유급이 확정된 예과 1학년을 합쳐 7000여 명이 동시에 1학년 수업을 듣게 될 전망이다. 대학들은 26학번 수강신청 우선권 부여, 실습 병원 확보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의 한 의대 관계자는 “학생들은 아직 구제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지만, 올해는 정말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유급될 예정”이라면서 “현재도 대면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학교 측에서도 수업 조정도 더는 없을 예정이다. 현재 세 학년에 한꺼번에 수업을 듣는 상황을 예상하고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의대 관계자는 “예과는 지금도 온라인 강의를 활용해 수업이 진행 중인 만큼 온라인 강의를 많이 활용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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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트리플링’ 상황에 대한 대비를 위해 신입생이 우선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대학과 긴밀히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동아대와 전북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신입생인 26학번에 수강신청 우선권을 주도록 학칙 개정까지 마친 상태다.
문제는 본과 3·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실습 교육이다. 매년 전국 의대의 임상 실습 정원은 2500명 안팎이지만, 이번 1학기 본과 3·4학년에서 유급이 2898명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아주대 의대 교수회는 성명을 내고 “(예과생 대상) 강의는 큰 강의실을 확보해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겠지만 임상실습 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의대에서는 실습 병원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본과생들은 주로 각 대학의 수련 병원에서 실습 수업을 듣는데,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 의료 기관 등에서도 실습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단기간에 임상 교육이 가능한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는 전체 의대생 1만9475명 중 8305명(42.6%)에 대해 유급, 46명은 제적 대상으로 확정했다. 유급 예정 인원 중 25학번인 예과 1학년은 1241명, 24학번 이상 예과 1학년은 385명, 예과 2학년은 829명으로 집계됐다. 이와 더불어 본과 1학년 1665명, 2학년 1287명, 3학년 1499명, 4학년 1399명이 유급 예정이다.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의대생 단체는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전국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지난 9일 오석환 교육부 차관과 김홍순 의대교육지원관에 대한 고발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접수했다. 고발 혐의는 강요, 업무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의사 단체에서는 정부가 의대생을 무리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날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정부가 의대생에 대한 제적 압박을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의대생 단 한 명이라도 제적 사태가 발생한다면 전체 회원의 총의를 모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출처 : https://www.etoday.co.kr/news/view/2469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