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문자 그대로 ‘텃발 암살자’였다.
9일 밤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사슴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경남 진해 한 항구 마을이 소개됐다.
이 마을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김 할머니는 요즘 걱정이 많다. 얼마 전부터 밤마다 누군가 밭에 들어와 농작물을 뜯어먹고 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 특히 들깨, 상추, 고춧잎처럼 부드럽고 여린 잎들만 골라 먹고 가는 탓에 정체불명의 이 불청객이 더 신경 쓰였다.
그런데 바로 옆집에서 닭을 키우는 주민이 불청객의 존재를 우연히 목격했는데, 정체는 다름 아닌 꽃사슴. 닭장 문을 닫으러 내려가던 주민이 밭 한가운데서 뭔가를 열심히 뜯어먹고 있던 꽃사슴을 마주친 것이다.
꽃사슴은 주민이 큰소리를 질러도 눈만 껌뻑일 뿐 도망갈 생각은 없었다. 느긋하게 밭을 뒤적이던 이 사슴은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 녹용 채취용으로 수입된 외래종, 바로 대만꽃사슴이었다.
제작진은 사슴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인근 사슴 농장을 찾아갔다. 그러나 이 일대에선 꽃사슴을 전혀 취급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김 할머니네 밭에 나타난 이 사슴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
행방을 쫓던 제작진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한 낚시꾼이 “낚시하고 있다가 보니까 뭐가 둥둥 떠다니더라. 그게 불빛에 보니까 사슴이었다”며 꽃사슴이 바다를 헤엄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것.
육지에서 직선으로 약 2㎞ 떨어진 소쿠리섬. 꽃사슴과 캠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사슴섬’이라 불릴 만큼 소셜 미디어(SNS)에서도 제법 유명한 캠핑 명소였다. 그런데 이 평화롭던 섬에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소쿠리섬의 사슴들이 바다를 건너, 슬그머니 다른 섬까지 나들이를 시작한 것이다.
가장 가까운 섬 우도에서는 이미 사슴과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농작물을 지키겠다고 3m 높이의 그물 장벽까지 세웠지만, 사슴들의 무단 외출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MC 허수경은 “좁은 섬에서 관리되지 않은 상태로 먹이 경쟁과 영역 다툼을 반복하던 녀석들이 생존을 위해 섬을 건넌 것 같다”고 추정했다.
박병권 한국 도시상태연구소장은 “사슴의 특징이 고라니와 달리 집단 생활과 가족 생활을 한다. 그러면 파괴 속도나 섭식 속도, 경쟁에 의한 분산 속도가 훨씬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며 “개체들의 확산 속도, 영역을 확인하고 그걸 조절하는 시스템을 빨리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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