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윤서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종 조사 결과를 통해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어두운 민낯이 드러났다.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의 후원 물품 횡령·배임 의혹과 배드민턴협회에만 존재하는 불합리한 제도, 김 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 등 만행이 공개됐다.
문체부는 31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배드민턴협회 조사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지난 8월 안세영이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협회에 대한 문제들을 제기하자 문체부는 올림픽 종료 후 협회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조사했다.
문체부는 조사단을 꾸려 협회의 국가대표 관리와 제도 개선, 보조사업 수행 상황 점검, 협회 운영 실태,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조사했다.
지난달 10일 중간 조사 브리핑을 통해 협회의 낡은 관행을 파헤친 문체부는 이날 31일 만에 최종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협회는 선수 부상 진단과 재활 치료에 대한 매뉴얼이 없고, 진천선수촌 의료 인력 부족으로 선수들이 불편을 겪었다.
더욱이 주말·공휴일 외출·외박 규제와 후배가 선배의 빨래를 담당하고 외출 시 보고를 하는 부조리한 문화가 존재했다. 지난해부터 선수단은 의무적으로 새벽 훈련과 산악 훈련을 소화하기도 했다.
이밖에 대표팀 코치진 부족, 선수 개인 트레이너 제도 불허, 과도한 소집 기간 등에 대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체부는 안세영 등 국가대표 선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이러한 관행을 혁신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협회의 불합리한 제도 역시 문체부의 지적을 받았다.
협회는 선수들에게 경기력에 직결되는 라켓과 신발을 후원사의 용품만 사용하도록 강요했다. 협회는 지난 14일 안세영에게만 자신이 원하는 경기화를 착용할 수 있게 자율권을 부여했으나, 이에 문체부는 ‘모든 선수의 보편적 권리’를 주장하면서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직접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문체부는 협회의 보조금법 위반 행위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문체부는 협회 조사 과정에서 승강제리그와 유·청소년 클럽리그 사업, 협회 임원의 운영업체 수수료 지급 등 보조금법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환수 절차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또한 보조금법 위반에 책임이 있는 김 회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해 협회는 김 회장의 주도하에 후원사와 구두 계약을 맺고 1억5000만원 규모의 후원 물품을 받았다. 올해는 1억4000만원 어치의 후원 물품 서면 계약을 체결했다. 김 회장이 받은 후원 물품은 명확한 기준과 절차 없이 지역에 임의 배분됐다.
아울러 협회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후원사와 총 26억1000만원 규모의 수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김 회장이 내부 워크숍에서 갑질과 폭언을 했다는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문체부는 17명의 협회 직원을 대면 조사한 결과 김 회장이 워크숍에서 욕설과 폭언을 했고, 운전 수행 등 과도한 의전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체부는 협회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협회가 개선을 권고한 사안에 관해 이행하지 않고 변화의 의지 또한 보여주지 않으면, 관리단체 지정과 예산 지원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과 마주할 수도 있다.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협회의 모든 임원은 자동 해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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