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용품에 쓰이는 플라스틱이 카페인만큼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 발표된 노르웨이과학기술대(NTNU)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NTNU의 마르틴 바그너 교수(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일상 속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신체의 내부 시계를 조절하는 세포 신호를 최대 17분까지 교란해 신체의 24시간 수면-각성 주기와 일주기 리듬을 방해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로 인해 수면 장애, 당뇨병, 면역 문제 및 암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
일주기 리듬은 낮과 어둠과 관련하여 각성과 피로를 조절하는 일종의 분자시계다. 리듬의 변화는 비만, 치매,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 증가와 관련 있다.
연구진은 장거리 달리기 선수들이 사용하는 PVC 의료용 음식물 공급 튜브와 폴리우레탄 수분 공급 파우치에서 추출한 화학 물질을 조사했다. PVC와 폴리우레탄은 어린이 장난감부터 식품 포장, 가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일상용품에 사용된다.
플라스틱 화학 물질의 독성에 대한 연구는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 같은 화학 물질이 내분비계와 호르몬 관련 영향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이는 발현하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세포라는 다른 생물학적 경로를 통해 해당 영향을 조사했다.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내부 시계의 세포 제어에 중요한 구성 요소인 아데노신 수용체에 대한 부작용을 확인했다.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과정은 카페인이 일주기 리듬과 아데노신 수용체에 미치는 영향과 유사하다.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를 비활성화해 일주기 리듬을 증가시키고 우리를 깨어 있게 한다. 플라스틱 화학 물질은 아데노신 수용체를 활성화하지만 우리를 깨어 있게 하는 데서는 비슷한 효과를 발휘한다.
아데노신 수용체는 뇌에 있는데 ‘해가 뜨고 있다. 하루를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뇌에 보낸다고 바그너 교수는 설명했다. 이 수용체가 화학 물질에 의해 활성화될 경우엔 해당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해 신체의 자연스러운 생리적 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그너 교수는 화학 물질이 카페인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플라스틱이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보다 세포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빨리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신체에 어떤 의미인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아마조 좋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바그너 교수는 “우리는 그 중요성을 알지 못하기에 ‘15분밖에 안 되니 별거 아닐 거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엄격하게 통제되는 생체기계에서 이는 중요한 변화”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실험실의 인간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시험관 내에서 수행됐다. 바그너 교수는 다음 단계로 이 화학 물질이 인간과 뇌의 생리적 과정이 유사한 제브라 피쉬(몸통에 줄무늬가 있는 작은 열대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연구에서는 플라스틱과 PVC의 어떤 화학물질이 수면-각성 주기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PVC에는 8000여 가지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 일부는 의도적으로 첨가된 것이 아니라 생산 공정의 부산물이기에 매우 복잡하고 관리하기 어렵다. 바그너 교수는 “플라스틱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의 설계와 생산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수적”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가 새로운 규정을 제정하도록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플라스틱에서 화학물질을 제거하도록 업계를 설득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160412025001734?dgcid=rss_sd_all#b0365)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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