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사업비 600억원 규모로 추진 중인 ‘농식품 기후변화 대응센터’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센터 건립 사업은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예산을 이미 확보한 상태지만 센터의 구체적인 기능과 업무, 역할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뒤늦게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데 수백억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 준비가 미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지난달 22일 센터 조성 관련 회의를 열었다. 농식품부는 회의 자료에 ‘센터의 방향과 구축 예산은 확보됐지만 구체적인 기능과 업무 및 기관 성격에 대해서는 미확정된 상황’이라고 명시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센터의 명확한 기능을 정립한 뒤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향후 조직과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발생량을 조절하고 기후변화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센터 조성을 추진했다. 2021년 9월 전남 해남군을 부지로 선정한 정부는 지난해 8월 예타 절차까지 마쳤다. 당시 농식품부는 “센터 건립의 타당성이 인정된 만큼 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센터의 총 사업비는 594억원으로 책정됐다. 올해와 내년 21억원, 2025년 222억원, 2026년 330억원 등이다. 2026년 센터 조성 이후 운영비는 따로 책정될 전망이다.
문제는 예타 통과 이후 1년이 넘었지만 센터의 구체적인 기능과 업무는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월 설립추진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정부는 지난 7월부터 1억3900만원을 들여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농무성 기후변화프로그램사무소나 일본의 농림수산성 기후변화대응기구 등의 사례를 분석해 센터의 기능을 정립하는 게 용역의 골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센터 업무와 관련해 큰 그림은 그려져 있는데, 어떤 업무에 선택과 집중을 할지 따져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큰 사업을 ‘선 예산 확보, 후 기능 확정’ 식으로 추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센터 조직 구성을 두고 난항도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센터에 50명의 직원을 배치하고 기획·협력팀, 탄소 감축·흡수 지원팀, 기후변화 적응 지원팀, 기후변화 데이터 관리팀 등 4개 팀을 운용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센터를 부처 소속기관으로 두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소속 직원을 50명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부처 슬림화와 효율적인 정부 운영을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정부 기조에 배치되는 것이다.
센터가 환경부 소속인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나 기상청 소속인 국가기상위성센터, 국무조정실의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등과 업무가 중복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구상하는 센터의 기능은 국립농업과학원의 ‘기후변화평가과’나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등 농식품부 유관 기관의 기능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 출처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8754985&code=61141111&sid1=e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