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은 나에게 행운” … 60대가 되어서야 쉽게 작업하는 법을 깨닫다 “뇌경색은 나에게 행운” … 60대가 되어서야 쉽게 작업하는 법을 깨닫다](https://i0.wp.com/img.hankyung.com/photo/202407/01.37181240.1.jpg?resize=300%2C300&ssl=1)
![자신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를 찾아온 겐지로 오카자키.](https://i2.wp.com/img.hankyung.com/photo/202407/01.37181240.1.jpg?ssl=1)
“코로나19로 모두가 밖에 나오지 못하던 시절, 저는 운좋게도 뇌경색에 걸렸습니다.”
얼굴에 미소를 띈 한 노년의 작가가 손에 지팡이를 쥔 채 관객들 앞에 섰다. 뇌경색을 ‘행운’이라 칭한 그는 오카자키 겐지로.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조형미술 작가로, 코헤이 나와 등 일본 유명 작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꼽는 인물 중 하나다.
그가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개인전 ‘폼 앳 나우 앤드 레이터’를 열고 한국 관객을 찾아왔다. 겐지로가 국내에서 개인전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1980년대부터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며 작품활동을 펼쳤다. 회화, 조각 등 순수 미술의 틀을 깨고 파격적인 시도를 계속했다. 건축과 조경, 퍼포먼스에서부터 로봇 공학까지, 여러 학문과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했다.
![겐지로 오카자키의 전시 'Form at Now and Later 形而の而今而後'가 열리는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 전경.](https://i2.wp.com/img.hankyung.com/photo/202407/01.37209524.1.jpg?ssl=1)
2년 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던 그에게 뇌경색이 찾아왔다. 뇌의 일부가 죽어 팔과 다리를 모두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겐지로는 절망했다. 조형 예술은 이제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워만 있던 그는 불쑥 ‘뇌도 내가 의지로 조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가’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겐지로의 예술 인생은 그 날을 기점으로 완벽하게 달라졌다. 회복과 재활에 전념하며 빨리 완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 작품을 가지고 고민하고 고뇌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던 과거와 달리, 작업 속도는 15배나 빨라졌다.
겐지로는 “죽을 고비를 맞고 나서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쓸데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이후로 슬럼프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별 게 아닌 일이 됐다”고 했다. 60대가 되어서야 ‘쉽게 작품활동을 하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가 얻은 깨달음을 풀어낸 작품들이 나왔다. 신작 페인팅과 점토 조각들을 선보인다. 전시의 주제도 철학적이다. 논어에서 ‘지금 앞으로’라는 주제를 따 왔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으면 새로운 것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겐지로 오카자키의 전시 'Form at Now and Later 形而の而今而後'가 열리는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 전경.](https://i1.wp.com/img.hankyung.com/photo/202407/01.37209521.1.jpg?ssl=1)
그의 회화는 캔버스가 조각조각 쪼개져 있다. 어떤 작품은 6등분, 또 다른 작품은 3등분으로 잘려 있다. 각각의 조각들이 그에게는 곧 하나의 작품이다. 쪼개진 캔버스를 마음대로 조합하며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림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공간이 생기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작품으로 모여있다고 해도 각 칸마다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한달 반까지도 시간의 차이가 난다. 겐지로는 “서양의 벽화도 하나하나 다른 스토리가 있듯, 나의 작품도 그렇다”며 “나는 그렇게 멀리 떨어진 시간을 붙이면서 새로운 시간을 창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겐지로 오카자키의 전시 'Form at Now and Later 形而の而今而後'가 열리는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 전경.](https://i0.wp.com/img.hankyung.com/photo/202407/01.37209522.1.jpg?ssl=1)
점토 조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병을 얻은 이후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회복의 과정처럼, 생명력이 없는 점토에 힘을 가해 새 생명을 더하는 과정이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전시는 8월 17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 출처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7013825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