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한국 축구…’철학’ 갖춘 새 사령탑 뽑아야

다시 뛰는 한국 축구…’철학’ 갖춘 새 사령탑 뽑아야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다시 뛰는 한국 축구가 새 사령탑 선임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한국 축구를 망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확고한 ‘철학’을 갖춘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이란 성과를 낸 한국 축구는 클린스만 감독 체제로 올해 초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노렸지만 졸전 끝에 4강 탈락했다.

또 수장이 대표팀 내분을 사실상 방관해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차세대 간판’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상상하기 힘든 사태도 벌어졌다.

결국 논란 끝에 클린스만 전 감독이 물러나고, 손흥민과 이강인이 다시 손을 잡으면서 혼란은 일단락됐다.

여기에 소방수로 나선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3월 A매치 기간에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태국과 2연전을 무난하게 넘기면서 급한 불을 껐다.

이제 시선은 다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로 모아지고 있다.

한숨 돌린 전력강화위는 전날인 2일 5차 위원회를 열고 국가대표 사령탑 후보군을 32명에서 11명으로 압축했다. 정해성 위원장에 따르면 국내 지도자가 4명, 국외 지도자는 7명이다.

후보군이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국내 지도자의 경우 현직 K리그 감독들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 위원장도 “해외 지도자 면담을 우선 진행하는 건, 국내 지도자에 대한 데이터는 이미 쌓인 데다 현재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력강화위는 이달 안으로 후보자 면담을 진행해 후보군을 더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르면 5월 초, 늦어도 중순에는 새 사령탑 선임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은 대표팀은 6월 싱가포르 원정(6일), 중국과 홈경기(11일)를 앞두고 있다.

5월 안으로 새 감독을 선임해야 6월 대표팀 명단을 추릴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11명 중 국외 지도자 비중이 7명으로 더 높지만, 축구계 안팎에선 클린스만 전 감독의 실패로 이번에는 외국인보다 국내 지도자를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로 거액의 위약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몸값이 높은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기도 쉽지 않다.

또 잦은 해외 체류와 K리그 선수 발굴에 소극적이었던 클린스만 전 감독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전보다 강화된 기준점을 제시해 요건에 맞는 외국인 감독을 찾기도 어렵다.

물론 국내 지도자를 선임하는 데도 리스크는 있다.

국내 지도자 후보 4명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프로축구 감독과 협회 연령별 감독급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프로팀 감독은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데려와야 한다.

지난 3월 A매치를 앞두고도 홍명보 울산 HD 감독 등 K리그 사령탑들의 선임설이 불거져 새 시즌을 앞두고 협회가 K리그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정 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K리그 구단에서 감독을 모신다면, 협회가 우선적으로 소통하는 게 팬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 감독은 명예로운 자리”라며 일정 부분 희생은 피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각에선 K리그 현역 감독을 빼오면 안 된다는 주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팀을 대한민국 최고 감독에게 맡기지 말란 소리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K리그 감독 선임을 무조건 희생으로 봐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국내외 지도자를 떠나 가장 큰 우려는 협회가 제시한 새 감독 선임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앞서 정 위원장은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차기 감독 관련 8가지 기준점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전술적 역량 ▲선수 육성 ▲지도자로서 성과 ▲대회 경험 ▲소통 능력 ▲리더십 ▲최상의 코치진 꾸릴 능력 ▲7가지 자질을 바탕으로 맡겼을 때 성적을 낼 능력이 여기에 해당한다.

얼핏 디테일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독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한 요건이기도 하다.

때문에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을 이뤄낸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고집했던 ‘빌드업 축구’와 같은 확실한 철학이 없어 새 감독 선임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때도 이러한 ‘철학’보다 지도자의 ‘명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제대로 된 검증이 되지 않았다.

전력강화위가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독단으로 이뤄진 클린스만 선임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명확한 선임 기준조차 세우지 못하면서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 출처 : http://www.newsis.com/view/?id=NISX20240402_000268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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